
미국 CPI 발표 앞두고 긴장하는 한국 증시... AI·반도체 예산에 승부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연준 회의를 앞두고 한국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AI 중심 2027년 예산안을 통해 반도체 산업 재도약에 나선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연준 회의를 앞두고 한국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AI 중심 2027년 예산안을 통해 반도체 산업 재도약에 나선다.
9월 둘째 주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발 물가 지표와 국내 정책 변수가 동시에 맞물리는 분기점을 맞고 있다. 9월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4% 오른 6,687.21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은 2.95% 급등해 813.50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50.4원으로 내려앉으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음을 보여줬다. 다만 이런 안도감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 물가 지표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다.
당장 시선이 쏠리는 곳은 9월 10일 발표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이튿날인 11일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두 지표는 9월 15~16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 회의 직전에 공개돼 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표된 8월 미국 고용지표에서 비농업 부문 고용이 16만 2천 명 늘고 실업률은 4.1%로 유지됐으며 임금 상승률도 소폭 올라, 예상보다 견조한 고용 흐름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좋은 소식'이 오히려 연준의 긴축 기조를 더 오래 끌고 갈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올 경우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강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한국 증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AI 관련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물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7월의 2.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 방어와 물가 억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계부채 비중이 큰 한국 경제 구조상 대출자와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술 투자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최대 규모인 820조 9천억 원으로 편성돼 올해보다 12.8% 늘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배정됐다. 국가전략 프로젝트 및 AI 지원에 21조 3천억 원,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별도로 3조 4천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4 양산 경쟁 속에서 AI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다투고 있으며, 한미 양국이 반도체 투자 협력 확대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리튬 공급업체와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순수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기능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들도 고금리 국면에서 순이자마진 개선 기대감에 재조명받고 있지만,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여기에 중동發 공급 우려로 브렌트유가 일주일 새 7% 넘게 뛰고 유로존 물가도 3.3%까지 치솟는 등, 국내 정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번 주를 방향성을 예단하기보다 그동안의 낙관론이 실제로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받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예산 편성이나 정책 테마는 일시적으로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도체·배터리·플랫폼 종목의 지속적인 상승 여부는 결국 물가 지표와 연준의 대응이 확인된 뒤 기업들이 실적으로 얼마나 증명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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