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방한, 한국 외교에 '낮은 일격'…미중 균형외교 시험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쳤지만 북한을 포함한 다자 평화회담 구상에 대한 베이징의 지지는 얻지 못하면서, 한국의 미중 균형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쳤지만 북한을 포함한 다자 평화회담 구상에 대한 베이징의 지지는 얻지 못하면서, 한국의 미중 균형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금요일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5년 만의 단독 방한이었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 포함 다자 평화회담 구상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양측이 관계 '완전 정상화'를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이번 방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6월 7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동시에 워싱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북한은 목요일 10발 이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왕이 부장의 방한과 맞물려 한국 대통령실은 긴급 안보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방한 기간 중 양국은 수년간 이어진 갈등 이후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며 정상 간 교류 재개와 무역·기술·인적 교류 확대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면에서 왕이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고위 인사들에게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한국이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진영 대결이나 편 가르기'를 피하며, 베이징·워싱턴과 상호 양립 가능한 방식으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수사로 포장됐지만, 이는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하지 말라는 경고로 널리 해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한국의 균형외교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우호적인 외양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한국이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실질적 지지를 끝내 내놓지 않았고, 이는 이재명 정부가 기대했던 외교적 성과를 무산시켰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훈련 축소 조치까지 겹치면서 한국은 세 강대국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사례는 한국 외교의 고질적 딜레마를 다시 보여준다. 베이징과의 관계 개선 분위기가 정작 한국이 내놓은 구상에 대한 실질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한미 동맹을 둘러싼 워싱턴의 태도 변화까지 더해지며 역내 안보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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