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에서 '비핵화' 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선(先) 비핵화' 원칙 대신 '선(先) 평화' 기조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북한 비핵화를 즉각 요구하기보다 핵 프로그램 동결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선(先) 비핵화' 원칙 대신 '선(先) 평화' 기조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북한 비핵화를 즉각 요구하기보다 핵 프로그램 동결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온 '선 비핵화'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정책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그동안 수십 년간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되어온 '비핵화 우선' 원칙 대신 이른바 '평화 우선' 전략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접근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긴장 완화와 소통 채널 복원에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다.
다만 이번 전환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 장관은 비핵화가 여전히 장기적 목표로 남아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즉각적인 선결 조건으로 삼아온 기존 방식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수년간 경색시키는 동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계속 확장돼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새 접근법은 완전한 핵 폐기를 곧바로 요구하는 대신,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국자들은 이를 통해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한 여지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보다 폭넓은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일부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온, '전부 아니면 전무' 식 접근이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거듭 실패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번 정책 변화는 이재명 정부의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북 기조를 반영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수년간 이어진 사실상의 외교 교착 상태 이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북 교류의 일부 형태 복원을 언급한 바 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대화 참여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번 전환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비핵화를 전제조건에서 제외할 경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신호로 비칠 수 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미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에 균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지 측에서는 기존 방식이 별다른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선 동결' 전략이 핵 위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보다 현실적인 경로라고 반박한다.
북한이 한국의 새로운 입장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동결과 관련된 대화든 다른 형태의 대화든 응할 의사가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이 최근 핵 능력 축소보다 확장에 무게를 두어온 만큼, 향후 전개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