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좌석이 바꾸는 한국 여름 극장가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관객 수가 약 955만 명으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아이맥스 등 프리미엄 상영관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흥행 반등을 이끌고 있다.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관객 수가 약 955만 명으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아이맥스 등 프리미엄 상영관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흥행 반등을 이끌고 있다.
올여름 한국 극장가가 수년 만에 가장 붐비는 성수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멀티플렉스 전반이 아니라 프리미엄·특별관 좌석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 CJ CGV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극장 관객 수는 약 955만 명으로, 2019년 이후 최고 여름 성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6% 증가했다. CGV 자체 관객 수는 이보다 더 큰 폭인 58.1%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등이 단순한 극장 관람 습관의 전반적 회복이라기보다, 특정한 관람 경험을 좇는 관객들의 움직임에 가깝다고 본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성수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CJ CGV는 아이맥스를 비롯한 대형·프리미엄 상영관의 좌석 점유율이 70~80%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볼거리 선호는 관람 방식 자체도 바꾸고 있다. CGV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관객의 11.3%가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관람했으며, 이 중 56.8%는 '스파이더맨'과 '오디세이'를 모두 재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관람의 절반 가까이가 특별관에서 이뤄졌고, '스파이더맨'을 다시 본 관객 중 15.7%는 시각적 경험을 비교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상영 포맷을 선택했다.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수요 폭증은 부작용도 낳았다. '오디세이'가 전편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만큼 아이맥스 상영관의 좋은 좌석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암표 문제로 이어졌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프리미엄 좌석이 정가(1만7000~2만1000원)의 약 5배에 달하는 10만 원(약 71달러) 이상에 거래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소수의 대형 수입 영화에 관객이 몰리면서 국내 중저예산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오케이 마담: 열혈 강호행'과 후속작 '오케이 마담 2' 같은 한국영화들은 올여름 좋은 상영 시간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국내 배급사들 사이에서는 관객이 볼거리 중심의 대작에만 쏠려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배급사들은 주요 국내 개봉작을 가을로 미루며, 9월 말 추석 연휴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 시기 개봉이 예정된 작품으로는 사극 '자객들', 후속작 '타짜: 벨제부의 노래', 코미디 리메이크 '인턴', 액션 영화 '리어웨이큰 맨: 더 레드'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여름 흥행 성적이 한국 관객들이 여전히 극장에 기꺼이 돈을 쓸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조건은 어디까지나 티켓값에 걸맞은 경험을 제공받을 때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극장들의 상영관 편성 전략과 배급사들의 개봉 일정 계획 방식을 함께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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