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지주 '재무 방어'는 통했다…이제 시장을 설득할 '바이오 로드맵'이 관건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담당 대표가 추진한 자본배분 전략이 자산 매각·사업 재편·주주환원에서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결국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과가 기업가치 회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담당 대표가 추진한 자본배분 전략이 자산 매각·사업 재편·주주환원에서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결국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과가 기업가치 회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롯데그룹의 재무 방어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주가가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성패의 시험대'로 만들고 있다.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담당 대표이사 사장이 주도한 자본배분 전략은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 주주환원 강화 등 실행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바이오 투자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장이 기다릴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율화 성과는 실적으로 확인된다. 롯데지주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약 3조622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늘었고, 영업이익은 461억 원으로 156.1% 급증했다. 지분법손익은 66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145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렌탈 매각과 롯데케미칼 사업 재편, 비핵심 자산 정리 등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계열사들의 체질 개선도 힘을 보탰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해외 성장세를 이어갔고,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 법인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코리아세븐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며 영업적자를 줄였고, 롯데GRS는 롯데리아 경쟁력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로 매출을 12.4% 늘렸다. SK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153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으며, 최관순 연구원은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5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 대표에게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라기보다 불가피한 대응에 가까웠다.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그룹의 현금창출력은 약화됐고 순차입금과 금융비용은 빠르게 늘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했다.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이 직접 맡은 핵심 사업인 만큼 투자 속도를 늦추기도 어려웠다.
자금조달 환경도 달라졌다. 상법 개정 논의로 자기주식 활용 여지가 줄었고,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향후 롯데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과거처럼 자회사 상장이나 자기주식을 전략적 재원으로 쓰기 어려워지면서 한정된 자본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가 그룹 재무 전략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회복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3월 말 3만 원 수준에서 최근 2만3천 원대로 내려왔고, 52주 최고가보다 40%가량 낮은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7~0.29배에 그친다. SK증권에 따르면 순자산가치(NAV)는 연초 이후 18%가량 증가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4.3% 하락해 NAV 할인율이 38.3%까지 벌어졌다. 이는 2024년 이후 평균(18.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가치와 주가의 괴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자본배분 전략이 결국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에게 설득하는 일이다. 롯데지주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12만L 규모의 송도 1공장을 축으로 한 '투트랙' 바이오 전략을 공개했고,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 역량까지 확대하고 있다. 송도 1공장에 이미 7200억 원 이상을 출자한 롯데는 이제 바이오 로드맵으로 시장이 기다릴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국면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