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사무총장, 김정은에 축전…"관계 복원 시도 신호" 전문가 분석
북한이 유엔 사무총장의 축전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양측이 관계 회복을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전면적인 외교적 돌파구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북한이 유엔 사무총장의 축전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양측이 관계 회복을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전면적인 외교적 돌파구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토요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정권수립 78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전문을 공개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상세한 공개로, 전문가들은 양측이 조심스럽게 관계 재개를 모색하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9일 보낸 축전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한 채, 분쟁 종식과 기후변화 대응 등 전 지구적 과제와 다자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번 메시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유엔-북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난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조 콜롬바노 유엔 북한 상주조정관에 대한 감사 표현에 주목했다. 이는 유엔 상주조정관으로서는 6년여 만의 방북이었으며, 콜롬바노 조정관은 당시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기구 사무소를 둘러본 바 있다.
양 교수는 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자협력을 강조한 것은 북한을 유엔 체제 안에 계속 붙잡아두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며, 이번 기념일을 계기로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표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축전 전문을 그대로 공개한 데는 자체적인 정치적 의도도 있다고 양 교수는 짚었다. 유엔 사무총장의 축하 메시지를 자국 국가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1년 9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역사적 사실과 이번 축전을 연계해, 국제사회가 남북을 별개의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통일 목표를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양 교수는 또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 관계에 더해 유엔과의 접촉 확대를 자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 사례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이번 교류를 북미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의 역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유엔이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경우 북한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며, 현 단계는 양측이 서로 '간을 보는'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찰스 3세 영국 국왕,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의 축전도 함께 공개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북한과의 오랜 우호·협력·연대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 주중대사관도 지난 8일 중국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리셉션을 개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