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들, 북한 정권의 고문 행위 고발
서울지방법원이 탈북자 최민경 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낸 고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리며, 탈북 과정에서 겪는 구금과 학대 실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이 탈북자 최민경 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낸 고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리며, 탈북 과정에서 겪는 구금과 학대 실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한국 법원이 북한 당국의 고문 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동안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만 알려졌던 북한 구금 시설의 참혹한 실태에 이례적인 사법적 무게가 실렸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8월 28일, 북한 억류자가족협회 회장인 최민경 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 씨는 약 3만 6300달러의 배상을 청구했으며, 북측이 남측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아 피고 측 변론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
최 씨는 1997년 처음 북한을 탈출했지만, 이후 중국에서 신분 없이 체류하다 2008년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됐다. 북송 이후 그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구금돼 고문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남한에 정착한 그가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한반도 전역에 대한 영토주권을 규정하고 국적법상 북한 출신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 씨의 사례는 탈북자 집단에서 두드러지는 성별 불균형을 보여준다. 통일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탈북민의 72%가 여성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북한 남성들이 약 10년에 달하는 의무 군복무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탈북민은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진입한 뒤 동남아시아를 거치는 긴 여정을 택하며, 태국·라오스·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야만 탈북 여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을 거치는 이 여정 자체도 위험천만하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불법 경제 이주자"로 분류하며, 1986년 북·중 양자 협정에 따라 이들을 체포해 북송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강제 북송된 이들이 강제실종, 고문, 성폭력, 강제노동, 심지어 처형의 위험에 처한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중국을 거치는 여성 탈북자들은 인신매매와 강제 결혼의 위협에도 노출된다. 이는 과거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남긴 장기적인 성비 불균형과 맞물려 있다. 코리아퓨처이니셔티브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으로 탈출한 15~25세 북한 여성·소녀의 절반이 성매매에 팔렸고, 약 30%는 강제 결혼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의 사례를 조사한 인권연구센터(HRRC)는 북한 정권에 고문 중단과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한편, 중국에는 유엔 난민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대신 난민 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